나그네의 발걸음으로
지붕
조두환
2022. 4. 10. 01:35
지붕경치가 유난히도 고운
헨트* 시내의 하늘마당
저 아래엔 필시
온갖 삶의 이야기들이
뜨락의 사과나무처럼
익어가고 있을 거야
외로움에 젖은 사람들이
소곤소곤 주고받는 중세의 이야기
비단 물결같이 굽이쳐 흘러
두근거리는 가슴에 담기고
물결 위의 빈자리를 찾아
이 밤으로가는 발길을 옮길 거야
아니, 하늘에서 떨어진 별들이
사람들의 꿈 속에 깃들어
온 우주로 퍼져나가
기적의 꽃을 피우고 있을 거야.
* Gent. 헨트 또는 겐트라고 함. 벨기에의 중세 운하도시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