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그네의 발걸음으로
베네치아의 오후
조두환
2022. 4. 5. 16:39
니케 여신이 휘날리던 기세쯤일까
하늘을 가득 채운 태양의 열기에
역사가 기적처럼 기울어가고
해마다 조금씩 바닷물에 잠기어 간다는 도시
햇살이 저 심연의 끄트머리로 사라져가는 오후
헝클어진 수로의 뒤안길로
버려진 소원들을 모아
베네치아는 그리움의 불길 지피우는가
지난날 바다를 지배하던 제독들은
도열한 섬들을 향하여
빛 발한 깃발을 휘날린다
하지만 밤이 지나면
절망의 나락에서
더 이상 무너질 수 없는 베네치아를
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
저마다 아침바람을 소환하여
쉰 목소리를 가다듬고 았다.
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