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그네의 발걸음으로

베네치아의 고독

조두환 2022. 4. 5. 16:14

저 세상 끝에서 여기까지

저 옛날 시작에서 오늘까지

한결같다

 

대양을 향해 외치던

로마 병정의 함성도

물의 정령으로 살아서

돌아와 있다

 

거리와 광장에

부잣집 잔치마냥 넘쳐나던 웃음

이제 벽처럼 막아선

철옹성 적막 

 

쨍쨍한 햇살

짙은 그림자 드리우는

이 가을의 베네치아에는

내 누이의 기다림보다

더 길고 깊은

고독이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