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그네의 발걸음으로

바젤의 전차

조두환 2022. 3. 27. 16:03

천년 역사 사연많은 길목을

끊임없이 오가는 바젤의 전차

시청 광장에 들어서면

으레 사랑방을 찾는

남산골 샌님의 헛기침처럼

한두 번씩 경적을 울린다

 

대체 누가 그 몸에

순한 풀빛 옷을 입혔을까

장밋빛 시청건물 앞으로

발걸음 들여 놓을 즈음이면

빨간 도화지에 그어지는

초록 줄 파스텔 채색처럼

환한 미소를 짓는 광장

 

쪼개고 쪼개어도

더 이상 나눌 수 없는

시간의 도랑에서

잠시 접어둔 책갈피마냥

돌아누운 옛날들이

그대로 일어나

댕댕댕 종을 울린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