동그라미
노르웨이의 새벽
조두환
2022. 3. 19. 21:31
성에 서린 차창으로
아련히 번져드는 새벽
깊은 겨울잠
눈꽃으로 피어난
산마루 숲길에는
자작나무의 새하얀 꿈
트롤* 되어 서 있는가
호숫가 물안개 속을
수줍게 거니는 메아리
바이킹의 전설로 자라고
북해 저 먼 바닷가에서
세수하던 아침햇살이
아기미소로 다가오니
모두가 몸을 숨긴다
그리그*의 애틋한 선율 따라
연기 피우던 굴뚝들
돌아앉아 얼굴 가리고
마지막 잎새들 매단 나뭇가지
채 감추지 못한
새하얀 속살 부끄러워
얼굴을 붉히고 있다.
* Trawl, Troll: 북유럽의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숲의 요정 또는 거인
* Edvard Hagerup Grieg(1843~1907). 노르웨이의 작곡가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