조두환의 시

남해 지족에서

조두환 2020. 3. 13. 12:22

 

남해 지족에서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솔뫼  조 두 환

 

 

남해 섬 한 모퉁이

파도조차 사라진 바다와

텅 빈 멸치잡이 죽방렴

고동소리 없는 조각배들만

바람결에 졸고 있는 마을

 

한자로는 지족只族 이라 쓴다지만

얼핏 욕심 없이 만족을 누린다는

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곳

표주박 같은 면사무소 갈래 길 따라

도토리 키 재듯 줄선 집들은

넘침일랑 모르고 있기에

모자람도 아예 모르는가

정적을 포대기로 삼고

곤한 아기잠을 자고 있다

 

하늘보다 태평한 비단결 바다에도

언젠가 파도 굽이칠 날 있을까

섣부른 예단마저 부끄러워

봄 햇살 살가운 둑길에 멈춰 서

산들바람에 기지개를 켜니

아 가슴 깊이 밀려드는 기꺼움이여.